최근 몇 년 사이에 마닐라에 한국 슈퍼가 엄청나게 생겨나고 있다. 한국슈퍼가 워낙 많이 생겨서 이제 굳이 어디를 가면 한국 라면이며 과자 따위를 살 수 있다는 식의 안내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게다가 요즘은 굳이 한국슈퍼를 찾아가지 않아도 한국 식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다.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 스타들 덕분에 SM 슈퍼마켓만 가도 라면은 물론이고 고추장이며 김 등을 파는 세상이 된 것이다. 하지만 SM 등에 파는 물건은 수출용 제품이라 그런지 한국에서 직접 가져오는 물건과는 좀 차이가 느껴져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국슈퍼를 이용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 약간만 부지런하면 한국에 사는 한국인과 비슷하게 식탁을 꾸려나갈 수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필리핀까지 가져오는 배송비가 있다 보니 한국처럼 획기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식재료를 구매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필리핀까지 가지고 오는 수고를 생각하면 크게 비싸지도 않은 편이다. 판매 품목과 가격 등은 가게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납득할 수준의 가격으로 물건을 판다. 물론 70페소로 알던 두부를 100페소에 사려면 돈이 아까운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마닐라의 교통체증을 생각하면 멀리 있는 한국슈퍼까지 가서 싼 가격에 물건을 사는 것보다 좀 비싸게 주더라도 가까운 곳에서 사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리고 아주 가끔 파사이 HK선플라자의 진마트에 가서 이것저것 잔뜩 먹거리를 사다가 주방 팬트리를 채우는데, 다른 것은 몰라도 양념류와 김 등은 확실히 매우 저렴한 편이라 진마트까지 가는 수고가 아깝지 않다.

몰 오브 아시아 옆에 있는 SMX에서 세계 가전제품 엑스포(World of Consumer Electronics Expo)를 한다고 하기에 구경을 갔다가 실망만 잔뜩 하고 돌아왔다. 월드(World)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볼거리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파사이까지 나왔는데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는 아쉬워 진마트에 들렀다. 그런데 언제 바뀌었는지 진마트의 간판이 바뀌어 있었다. 간판에 시력이 나쁜 사람도 볼 수 있을 정도로 큰 글씨로 '창고형 할인매장, Warehouse store'라고 적어둔 것이 눈에 띈다. 한국슈퍼가 사리사리 스토어처럼 서민들 사는 동네 골목길 사이에도 생기는 상황이라 진마트에서 특유의 박리다매 정신을 강조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진마트(Jinmart Korean Grocery Store)

■ 주소: HK Sun Plaza, Diosdado Macapagal Blvd, Pasay, 1300 Metro Manila, Philippines

■ 위치: 필리핀 마닐라, 파사이 마카파갈 HK 선플라자(HK Sun Plaza) 1층 / 송도원 한식당 옆

■ 전화번호: 0917-711-1844(마카파갈점)

■ 영업시간: 오전 7시 ~ 자정 (2024년 8월 10일부터 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