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 저작권 안내: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필인러브에 있으며 콘텐츠의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를 금지합니다.

필리핀 종교: 부활절 팜팡가에서 열리는 예수의 십자가형 재현의 의미

⚐ 최종 업데이트:

2023년 3월 21일

필리핀 루손섬에는 매년 부활절 성금요일이 되면 수천 명의 사람으로 붐비는 마을이 있다. 바로 산페르난도 시티(City of San Fernando)의 산 페드로 구투드 바랑가이이다. 마닐라 위쪽으로 앙헬레스 옆에 있는 이 작은 마을에 수많은 이들이 모이는 목적인 단 하나. 말엘도(Maleldo)이다.


말엘도(Maleldo)는 성주간(Holy Week)을 나타내는 팜팡가어(Kapampangan)이다. 말엘도 고난주간이 되면 팜팡가의 사람들은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는 의미에서 십자가형(crucifixion)을 실제로 재현한다. 물론 정말 죽음에 이르게까지는 하지 않지만, 예수의 십자가형과 부활을 상기하기 위해 사람을 십자가에 매달고 손과 발에 못을 박는다. 예수 그리스도처럼 십자가에 매달리는 마을 주민은 총 12명. 보통 남자들이 참여하지만 가끔 여자가 참여하는 때도 있다. 진짜로 손에 큰 대못을 박는 이런 극단적인 행사에 누가 참여하겠는가 싶기도 하지만, 참여자가 12명 이상이 되는 해도 많다.


팜팡가 산페르난도시티에서 벌어지는 이 독특한 연례행사는 1950년대 이 지역의 극작가가 쓴 'Passion of the Christ'라는 제목의 연극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1950년대 중반만 해도 마을의 아마추어 예술가들이 공연하는 정도였지만, 1962년 그리스도의 역을 맡은 아르테미오 아노자(Artemio Anoza)라는 사람이 실제로 예수의 십자가 처형을 재현하면서 그 방식이 바뀌었다. 그는 종교 지도자가 되길 원하던 사람이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자신이 스스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고 한다. 그 이유야 어찌 되었든 실제 십자가 처형이 있었다는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그 이후로 매년 이렇게 극단적인 방식으로 회개하는 행사가 진행되었다.

그러니까 예수의 십자가형 재현 행사는 이렇게 진행된다. 사순절 의식 준비위원회에서는 부활절 몇 달 전부터 미리 막다라메(magdarame)라고 부르는 참회자(Penitent)를 선발한다. 그리고 산페르난도 시티의 한적한 들판에 십자가형 집행을 위한 언덕을 마련한다. 이 장소가 이른바 골고다 언덕이 되는 셈이다. 행사를 위한 필수 준비물은 소독을 위해 알코올에 담근 한 뼘 길이의 커다란 못과 십자가 그리고 의상이다. 성금요일(Good Friday)이 되면 행사 참여자들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처형되었던 당시의 차림으로 치장하고 십자가를 지고 언덕까지 이동한다. 그냥 걸어가기도 하지만 팜팡가어로 부리오스(burilyos)라고 부르는 밧줄을 엮은 대나무나 도리깨 비슷한 긴 작대기를 들고 채찍질을 가하기도 한다. 참회자 스스로 모질게 채찍질하는 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윽고 언덕에 올라온 참회자가 바닥에 놓인 커다란 십자가 위에 누우면 로마군의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몰려와 끈으로 묶는다. 십자가에서 떨어지지 않게 단단히 끈으로 묶은 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수난을 재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손과 발에 못을 박는 시간이다. 단지 십자가형을 하는 시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못질을 한다.


십자가형 재현까지는 아니라도 많은 이들이 퍼레이드를 통해 부활절 행사에 참여한다. 하지만 그런데 이 퍼레이드도 여느 축제의 행진과는 사뭇 다르다.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상기시키는 여러 가지 모습을 연출하며 회개하는 시간을 갖는다. 가장 흔한 것이 십자가를 운반하는 것, 예수의 고통을 느끼기 위해 붉은 물감으로 온몸을 칠하고 거리를 기어가기도 한다. 때로는 카피로사스(kapirosas)라고 불리는 천으로 얼굴을 가린 뒤 잎으로 만든 가시 면류관을 쓰기도 한다. 좀 더 극단적인 사람은 상의를 탈의하고 실제 몸에 상처를 내어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가톨릭교회나 보건부에서는 표면적으로라도 채찍질과 십자가형에 찬성하지 않는다. 신도들이 이런 극단적인 방식으로 자기의 죄를 회개하고 용서를 빌지 않아도 예수의 부활 자체가 그를 믿는 모든 자의 죄를 사하여 구원하였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이 기꺼이 부활절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이런 일련의 행동으로 하나님께 가까이 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십자가에 못 박히는 고통을 겪는 것을 자신의 죄를 속죄하는 방법으로 여기기도 한다. 죄를 참회하고 예수의 희생과 고난을 세상에 상기시키는 일을 함으로써 하느님이 축복을 내린다는 것이다. 가족에게 건강과 부를 가져다준다고 믿는 이도 있다. 하지만 피가 흐르도록 채찍질을 한다거나 십자가형을 실제로 재현한다는 것은 실로 잔혹한 전통이다. 거리에 서서 세상의 종말이 왔다고 열심히 외치는 사람처럼 광신도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행사는 매년 수천 명의 관중을 모은다. 이 행위가 예수님에 대한 그들의 믿음을 보여주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마초 엔터테인먼트(macho entertainment)인지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나무 채찍으로 몸을 채찍질하고 십자가에 못 박히는 행위만이 참회하고 구원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는 방법은 아닌 듯하다. 예수는 사흘 만에 부활하셨다고 하지만 한낱 범부에 불과한 참회자에게는 못질한 상처가 오래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독교인들은 이야기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죽음과 부활로 인류가 죄를 씻고 구원의 길로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셨다고.


 


산 페드로 구투드 사순절 의식(San Pedro Cutud Lenten Rites)

■ 날짜 : 매년 성금요일(Good Friday) - 2023년 4월 7일 금요일

■ 위치 : 필리핀 팜팡가, 산페르난도 시티, 산 페드로 구투드 바랑가이

■ 주소 : Barangay San Pedro Cutud, San Fernando, Pampanga, Philippines


부활절이면 예수의 십자가형 재현(reenactment of Jesus' crucifixion) 행사를 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팜팡가의 산페르난도에서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처음으로 다시 사순절 의식(LENTEN RITES) 행사를 한다는 소식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있다며 관련 행위를 하는 자에게는 5천 페소의 벌금을 내도록 하겠다며 모임을 강력히 금지했었다. 아직 구체적인 행사 시간은 공지되지 않았지만, 행사는 보통 정오에 시작된다.


⚑ 위의 콘텐츠는 아래 자료를 참고로 작성되었습니다.

필인러브에 적힌 글은 사이트 운영자 개인의 의견이 상당히 반영되어 있으며, 글 작성 시점에서만 유효한 정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필리핀 현지 사정에 의해 수시로 내용이 변동될 수 있으니 작성일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