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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종교: 십자가의 길을 걷는 필리핀의 부활절은 고행의 부활절

⚐ 최종 업데이트:

2024년 3월 13일

필리핀은 전체 인구의 79%를 가까운 8564만 명이 가톨릭 신자인 '가톨릭 국가'이다. 적극적으로 종교 활동을 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하지만, 종교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여전히 인구 열 명 중 여덟은 가톨릭을 믿는다고 답한다. 가톨릭 문화는 필리핀 사람의 일상생활 곳곳에서 숨 쉬고 있으며, 출생에서부터 죽음까지 종교가 함께 한다. 예를 들어 출산만 봐도 그렇다. 필리핀에서는 가톨릭 교리에 따라 낙태를 죄로 보며 금지하는데, 필리핀 입국 시 작성하는 세관신고서의 반입금지용품 목록에서 낙태용품을 볼 수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부활절과 만성절, 크리스마스는 필리핀에서 가장 중요한 공휴일로 손꼽힌다. 요즘은 부활절 성주간(Holy Week)을 휴가의 시간으로 보는 이도 많지만, 부활절이 주는 종교적 의미는 여전히 강렬하다.


필리핀의 가톨릭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설명이 바로 가톨릭과 토착 종교가 공존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 필리핀의 종교 관련 축제를 보면 된다. 블랙나자렌 축제(Feast of the Black Nazarene)나 톤도 락바야 축제(Lakbayaw Festival) 등을 보면 거의 열광적이라고 할 정도로 블랙나자렌(검은 예수상)이며 산토니뇨(아기 예수상)와 같은 성물에 열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눈에 보이는 성상이나 성물이 신앙을 돈독하게 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고는 하지만, 필리핀 사람 상당수는 좀 지나쳐 보일 정도로 성물을 숭배한다. 매년 1월에 마닐라 퀴아포 성당에서 열리는 블랙나자렌만 봐도 검은 예수상을 만지면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굳은 믿음으로 성당 옆에서 여러 날을 노숙하기도 마다하지 않는다. 부활절의 풍경 역시 다른 나라와 사뭇 다르다. 필리핀에서 부활절은 예수의 부활을 축하하는 날이라기보다는 예수의 고통과 희생을 느끼며 속죄하는 날이 된다.    



필리핀의 부활절은 고행의 부활절

예수의 부활은 예수 그리스도가 그를 믿는 모든 자의 죄를 사하여 구원하였음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부활절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어야만 했던 예수가 사흘 만에 부활했음을 기념하는 날이다. 하지만 필리핀의 부활절 풍경은 다른 기독교 국가에서의 부활절 풍경과 다르다. 필리핀의 부활절은 예수의 부활에 대한 기쁨을 누리고 축하하는 시간이라기보다는 예수의 고난과 희생을 느끼는 시간으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부활절의 상징도 토끼나 부활절 달걀이 아닌 채찍과 면류관이 된다. 


팜팡가의 산페르난도에서는 예수의 십자가형을 실제로 재현하기도 하는데, 미리 재현자를 선발한 뒤 예수의 고난을 묵상하며 십자가의 길을 걷는다. 그리고 실제로 손과 발에 못질을 하면서 참회의 의식을 치른다. 굳이 산페르난도까지 가지 않아도 부활절이면 필리핀 곳곳에서 예수의 고난을 따라 하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부활절 시기는 필리핀에서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때인지라 한낮에 거리로 나와 걷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지만, 기꺼이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지고 맨발로 고행의 길을 걷는다. 육체적 고통이 동반되는 극단적인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데, 상의를 벗고 자기 몸을 회초리와 채찍으로 때리는 모습도 흔한 모습 중 하나이다. 물감 등을 활용하여 피 흘리는 모습을 그려내기도 하지만, 실제 피가 흐를 정도로 심하게 채찍질을 가하기도 한다. 


필리핀 사람들이 이렇게 손바닥에 못을 박는다거나 채찍질하는 것은 부활 이전의 죽음, 혹은 그 죽음 이전의 고통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고통을 되새기는 이런 일련의 활동을 통해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나 죄를 회개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자신의 죄를 속죄하면 신의 은총을 받아 좋을 일이 생길 것이라 믿기도 한다. 물론 모든 필리핀 가톨릭 신자가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는 것은 아니다. 가볍게 십자가 행렬을 따라가는 등의 방법으로 신앙심을 표현하거나 조용히 성경을 읽으면서 부활절을 보내는 이도 분명 많다. 하지만 그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 어떤 방식이든 예수가 고통을 이겨내고 부활했으며 예수님의 희생으로 속죄받았다는 점을 좀 더 강조한다.


참, 필리핀의 부활절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는 팔라스파스(Palaspas)라고 부르는 코코넛 야자나무 잎이다. 부활절 기간이 되면 성당 주변에서 연두색 팔라스파스를 파는 상인을 흔히 볼 수 있는데, 필리핀 사람들은 이 팔라스파스가 나쁜 악령과 불운을 막아준다고 믿는다. 물론 그냥 성당 주변에서 팔라스파스만 사서 가지고 있는다고 부적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당으로 가지고 가서 신부님이 팔라스파스에 축복의 성수를 뿌려주면 그걸 집으로 들고 와서 현관문에 걸거나 창문에 놓아둔다. 그리고 1년 후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에 성당에서 모아 불태운다. 보홀 등 일부 지역에서는 풍년을 기대하면서 팔라스파스의 재를 모아다 밭에 뿌리기도 한다. 


Palaspas
Palasp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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