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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종교: 마젤란의 도착과 함께 시작된 필리핀 가톨릭의 역사

⚐ 최종 업데이트:

2024년 3월 12일


블랙나자렌 검은 예수상
블랙나자렌 검은 예수상

지난 2021년의 일이다. 당시 필리핀 대통령이었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NQC(National Quincentennial Committee)라는 이름의 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런데 내셔널 퀸센테니얼 위원회에서 기념했던 500주년(Quincentennial)의 주제를 찬찬히 살펴보면 좀 흥미롭다. 당시 NQC에서 1521년에 있었던 역사적인 일로 선정했던 것은 세 가지로 기독교 전파와 마젤란의 세계일주, 그리고 막탄 전투에서의 승리이다. 인구의 78.81%(2020년 기준)가 가톨릭을 믿는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에서 기독교(가톨릭)가 전파된 지 500주년이 되었음을 기념하는 것이야 그렇다고 해도 마젤란의 도착과 막탄전투에서의 라푸라푸의 승리를 함께 기념한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1521년 3월에 필리핀에 도착했던 마젤란은 그해 4월 27일에 있었던 막탄전투(Battle of Mactan)에서 사망했다. 참고로 이 부분에 대해 NQC에서는 '마젤란의 세계일주'란 마젤란이 세계일주 여행 중에 필리핀에 도착했다는 것을 기념하는 것이므로 '마젤란의 필리핀 도착'이 아니라 '인류 최초의 세계일주에서 필리핀이 차지하는 위치'로 마젤란의 세계일주 500주년을 봐달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을 남겼다. 


Miagao church
필리핀 일로일로의 미아가오 성당(Miagao church)
필리핀 가톨릭 역사의 시작

마젤란은 위대한 탐험가가 아닌 침략자에 불과하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논외로 하고, 종교에 대한 이야기만 해보자면 필리핀에서는 페르디난드 마젤란의 도착을 기독교(가톨릭) 역사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즉, 1521년 3월에 마젤란이 필리핀에 도착하면서 필리핀 기독교의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젤란의 도착하자마자 필리핀이 스페인의 식민지가 된 것은 아니다. 필리핀이 스페인의 식민지가 된 것은 미겔 로페스 데 레가스피가 마닐라 인트라무로스에 총독부를 설치하고 필리핀이 에스파냐의 식민지가 되었다고 선언한 1571년부터이다.


교회 안에서 종교로 통합된 마을을 만들어서 식민 지배체제를 강화하고자 했던 스페인의 계획은 실로 놀라운 성공을 이루었다. 스페인이 필리핀을 식민지 지배하게 되면서 성 아우구스티누스 수도회 소속 수도사를 비롯하여 프란체스코 수도회와 도미니크회 수도회의 성직자들이 차례로 필리핀에 도착했다. 그리고 식민정부의 보호 아래 가톨릭은 매우 빠르게 필리핀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갔다. 교사들은 바랑가이(Barangay)를 중심으로 선교 활동을 펼쳤는데 애니미즘과 같은 필리핀의 토착 신앙을 인정하는 동시에 보다 전능한 유일신인 하느님의 존재를 알리는 방식을 가톨릭을 전파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방식은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일각에서는 필리핀의 가톨릭을 놓고 원래의 토속신앙에 가톨릭의 색채만을 더한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가톨릭 문화가 7천 개가 넘는 섬으로 분리되어 있던 필리핀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각설하고, 개신교는 1900년대 초반이 되어서야 전파되었다. 무려 1898년까지 300년 이상 계속되던 스페인 식민지 시대가 끝나고 미국의 식민지 시대(1898년~1946년)가 시작되면서 미국의 개신교 선교사들이 필리핀을 방문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가톨릭이 필리핀 곳곳에 널리 퍼져 있는 상태였다. 미국의 선교사들은 주로 도시 중산층과 산간벽지의 소수민족을 상대로 선교활동을 펼쳤는데 탁월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교육과 의료 분야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미국 선교사들은 대학과 병원 등을 세우면서 세력을 확장했고, 개신교는 비교적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이미 대부분의 필리핀인이 가톨릭으로 개종한 상태에서 신자 수를 늘리기란 쉽지 않았다. 현재까지도 필리핀 내 개신교 인구는 인구의 10% 정에 불과하며 그중 상당수는 이단으로 분류되고 있다. 


마닐라의 마카티 거리에 붙은 기묘한 홍보물. 유대교를 상징하는 파란색 별이 보이기는 하지만, 대체 어떤 이야기를 전파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필리핀에서도 이단을 피할 방법은 없는 셈이다.
블랙나자렌 검은 예수상
블랙나자렌 검은 예수상

· NQC: National Quincentennial Committ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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