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9일은 한국과 필리핀 모두에 있어 정치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날로 기록될 것 같다. 이날이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만료 시점인 동시에 필리핀의 17대 대통령 선거일이기 때문이다. 5월 9일 대선에서 승리한 사람은 6월 30일 정오부터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게 되며, 6년 후 같은 날에 임기가 종료된다.

1987년 헌법에 따라 필리핀 대통령은 국민의 직접 투표로 선출되며, 임기는 6년 단임제이다. 코라손 아키노 대통령이 임기를 마쳤던 1992년 이후 필리핀에서는 6년마다 5월 두 번째 월요일에 대통령 선거를 하고 있다. 대통령과 부통령은 러닝메이트로 입후보하지만 대통령과 부통령은 별도의 선거를 통해 분리 선출된다. 정당 정치가 뚜렷하지 않은 필리핀에서는 정치 노선보다는 개인의 인기에 의해 선거 결과가 좌우되는 경향이 있어 러닝메이트라고 하여 함께 당선되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 대통령과 부통령 모두 과반수 여부와 관계없이 가장 많은 표를 얻는 후보가 당선된다. 

그런데 인구 1억이 넘는 필리핀에서는 대체 표를 얼마나 받아야 필리핀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필리핀에서는 필리핀 국민이라고 해도 바로 투표소로 가서 투표용지를 받지 못한다. 유권자 등록을 해야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당선되었던 2016년의 일이지만, 16대 대통령 선거에는 총 5378만6223명이 유권자로 등록했다. 하지만 유권자로 등록한다고 모두 투표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당시 필리핀 전국에 마련된 1만8069개의 투표소를 찾은 사람은 4,497만 명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242만 명은 무효표로 판정되었고, 결국 유효 투표 인원은 4,255만 명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 선거에서 1,660만 1,997명이 두테르테 대통령을 뽑았다. 당시 2위 후보였던 마누엘 로하스 전 내무장관보다 660만이 넘는 압도적인 표차로 선거에 승리하였다고 해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득표율은 39%. 하지만 이 숫자를 보고 필리핀 인구의 39%가 두테르테 대통령을 뽑았다고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이 득표율은 유효한 투표수 중에 얻은 득표율이다. 두테르테 대통령 이전 필리핀 대통령이었던 베니그노 아키노 3세의 경우 2010년 대선에서 1,520만의 표를 얻어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는데, 당시 투표수가 3,613만 명이었던 터라 득표율은 42%를 기록했다. 

필리핀 선거관리위원회(Comelec- Commission on Elections)에 따르면 2021년 6월 현재 이미 6천만 명가량의 유권자가 등록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유권자 등록 사무소 수가 절반 이상 감소했음을 생각해보면 상당한 성과이다. 투표 가능한 연령대를 고려했을 때 전체 유권자는 약 7300만 명이지만, 선거관리위원회(Comelec)에서는 2019년 선거에서  61,843,750명이 유권자로 등록했던 것을 바탕으로 2022년 대선에는 6,200만 명의 유권자가 등록하리라 예상하고 있다. 한편, 필리핀 정부에서는 현재처럼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이 계속될 경우를 대비하여 980만 명에 달하는 노인 인구와 170만 명의 장애인(PWD) 인구를 대상으로 5월 2일에 투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하지만 선거일을 늘리기 위한 비용 마련의 문제 때문에 결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2022년 필리핀 대선을 위한 유권자 등록 마감일은 9월 30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