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을 이기지 못하는 편이라 아무 곳에나 거리낌 없이 잘 들어가지만, 딱 하나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 바로 종교시설이다. 타인의 종교만큼은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마음이라, 교회나 모스크만큼은 감히 안에 들어가서 기웃대지 않는다. 그러니까 내가 들어가 보는 종교시설은 이미 거의 관광지화된 가톨릭 성당 정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궁금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가끔 필리핀 시골길을 오가면서 한국인이 하는 개척교회를 보면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는데, 우연히 필리핀 안티폴로 영광교회(Christ Glory Victorious Church) 안을 구경할 기회가 생겼다. 예배 시간이 아니라서 사람이 하나도 없는 데다가 교회를 운영하는 목사님이 안에 들어가 봐도 된다고 흔쾌히 허락하셨으니, 이런 기회를 마다할 내가 아니다.

주변에 상업 시설이라고는 작은 사리사리 스토어 정도밖에 없는 동네였다. 교회 건물에 영어로 'Glory Christian Church'라고만 적혀 있어서 차를 타고 바삐 지나가면 한국의 개척교회가 있는지도 몰랐을 것이었다. 하지만 문 옆을 자세히 보면 한글로 지난 2024년 2월 19일에 대구영광교회에서 헌당했다는 안내문이 보인다. 내부는 작고 소박한 편. 찬송가를 부를 때 쓰는 것일까, 방 가운데 가장 중요한 위치에는 드럼 등 음향 시설이 약간 되어 있었지만, 비싸 보이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도 벽에는 아이들이 색칠한 성경 그림이 정성스럽게 붙어 있고, 바닥은 누군가 부지런하게 빗자루질을 해둔 듯 깔끔하다. 주말이면 동네 사람들이 깨끗하게 빨아둔 옷을 입고 이곳으로 모이는 것일까. 벽면에 붙여있는 서투른 그림이 예뻤다.

안티폴로 영광교회

· 주소: Brgy, Purok Libis Sitio San Ysiro, Antipolo, Riz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