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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 초대 대통령이었던 에밀리오 아기날도(Emilio Aguinaldo)는 미국의 도움으로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1898년 6월 12일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 아기날도는 이듬해인 1899년 1월 21일 불라칸의 바라소아인 성당(Barasoain Church)에서 필리핀 제1공화국의 기본법인 말로로스 헌법을 비준하고 필리핀 제1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미국의 생각은 달랐다. 필리핀의 독립보다는 자국을 위한 새로운 시장 개척이 우선이었다.

당시 미국은 1848년에 캘리포니아에서 발견되었던 금광의 금을 이미 거의 다 캐낸 상황이었다. 카우보이와 무법자가 활개를 치는 개척 시대도 어느 정도 끝나가고 있었다. 서부개척시대 미국 최초의 대륙 횡단 철도가 개통되었고 경제적 번영이라는 것이 이룩되었지만 급속한 산업화는 생산 과잉에 의한 사회적 혼란을 불러왔다.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던 금빛의 시대가 사라져 가고 있었으니, 미국은 필리핀을 발판으로 중국 시장 진출을 모색한다. 필리핀을 아시아 전체로 나아가는 관문이자 기지로 삼고자 한 것이다.

1898년 파리조약

Treaty of Paris

1898년 파리조약(미국-스페인 강화조약)은 미국-스페인 전쟁이 끝난 뒤 1898년 12월 10일 미국과 스페인 사이에 맺어진 조약이다. 파리 조약을 통해 미국은 스페인으로부터 필리핀의 지배권을 공식적으로 넘겨받게 된다. 이 조약으로 스페인 제국은 붕괴했으며, 미국은 세계 강국으로 부상했다.

파리조약에 따라 미국은 스페인에 지급한 돈은 2천만 달러. 미국 전체에 자동차 수가 겨우 8천 대에 불과했다는 그 시절, 5센트 동전 한 개만 가져도 맥주 한 병이나 담배 한 갑을 살 수 있을 때였다. 스페인이 필리핀에서 소유하고 있던 공공건물 등에 대해 2천만 달러의 보상금을 스페인에 지불하고 필리핀에 대한 모든 권한을 인수한 미국은 원래 마닐라 항구만 장악하려고 했다고 한다. 중국과 교역하기 위해 항구가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 필리핀은 스페인 식민지 지배를 벗어나려는 독립운동이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미국이 마닐라항을 장악하고 아시아로 나가기 위해서는 필리핀 독립운동 세력을 저지하고, 필리핀 전체를 식민지로 삼는 수밖에 없었다.

1898년 10월 28일,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재임 기간: 1897년 3월 4일~1901년 9월 14일)은 미군에게 필리핀 전체를 점령할 것을 명령한다. 윌리엄 매킨리 미국 대통령은 필리핀의 독립을 부인하고 "필리핀 제도는 미국의 자유로운 깃발 아래 놓여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고 이로써 미국이 필리핀 통치권을 갖게 되었다. 미국은 필리핀 혁명 정부에 스페인으로부터의 해방과 독립을 약속했었지만, 그 약속을 어기고 필리핀의 주권을 필리핀 혁명정부에 인계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에밀리오 아기날도 혁명정부에서는 스페인으로부터 필리핀의 독립을 선언하고, 말로로스 헌법까지 비준했던 상황이었다. 에밀리오 아기날도는 파리조약의 무효를 선언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국의 식민통치에 저항하기 위해 이에 필리핀-미국 전쟁(Philippine-American War)이 일어나게 되지만, 누가 봐도 필리핀이 이기기 어려운 싸움이었다.  

1901년 9월 14일,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이 암살되자 부통령이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대통령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미국의 제26대 대통령이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미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인류 전체를 위해 좋은 일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미국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그리스도의 품에서 태어나지 못한 불행한 미개인들의 삶은 고양된다"는 그의 신념은 필리핀에까지 적용되었다. 필리핀을 지배하지 않는 것은 필리핀의 운명을 필리핀인이라는 야만인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던 그는 미국이 필리핀을 식민지로 지배하는 것이 문명화의 은혜를 베푸는 것이라고 믿었다. 1902년 7월 4일, 루스벨트 대통령은 필리핀 평정되었음을 선언했다. 공식적으로 필리핀-미국 전쟁이 끝난 것이다.

스페인으로부터 필리핀을 양도받은 미국은 군사 통치를 선포한다. 하지만 필리핀을 식민지로 가지게 된 미국은 스페인보다는 다른 식민지 정책을 사용하였다. 필리핀인들이 미국의 식민지 지배를 받는다는 것에 반발하지 않도록 차별과 인간적인 억압을 대신 식민지 사회에서의 무한한 발전을 내보인 것이다. 일러스트라도(Ilustrado) 중산층들은 경제적인 지위는 물론 정부 활동에 대한 참여까지 보장받을 수 있었고, 미국의 영어 교육은 '미국인의 가치관을 가진 필리핀 사람'을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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