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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존 시티의 뉴마닐라(New Manila)는 미국 식민지 시절 300만 평에 달하는 땅을 가지고 있었다는 도나 헤마디가 개발한 주거지역이다. 1920년 개발 당시만 해도 최고의 고급 주거 지역으로 여겨지던 뉴마닐라에 마누엘 케손(Manuel L. Quezon)이 집을 가지게 된 것은 1927년이다. 뉴마닐라에서 가까운 거리에 산톨 요양원(Santol Sanatorium) 결핵연구소가 있었는데, 마누엘 케손이 결핵 판정을 받자 도나 헤마디가 마누엘 케손에게 길모어 애비뉴에 있는 주택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 것이다. 이후 마누엘 케손은 필리핀 대통령 자리에 오른 뒤 도나 헤마디로부터 정식으로 집을 구매했는데, 도나 헤마디가 무상으로 집을 제공하겠다는 이야기를 뿌리치고 할부 계약을 해서 매년 집값을 갚아 나갔다고 한다. 그리고 태평양 전쟁으로 인해 코레히도르섬(Corregidor Island)으로 피난 갈 때까지 사용했다.

하지만 마누엘 케손은 일본군을 피해 필리핀을 떠난 뒤 다시 마닐라의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1944년 미국 망명생활 중 결핵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마누엘 케손이 타계한 뒤 부인인 아우로라 케손과 그의 가족들은 미국 생활을 접고 필리핀으로 돌아왔고, 길모어 애비뉴의 주택에 정착해 살았다. 이 주택에서 살며 아우로라 케손은 필리핀 적십자사(PRC)를 설립했고, 1947년 필리핀 적십자사의 초대 의장 자리를 맡기도 한다. 1949년 후크발라합(Hukbalahap)의 습격 사건으로 아우로라 케손이 사망한 뒤에는 딸에게 유산으로 남겨졌다.

하지만 마누엘 퀘손 대통령이 뉴마닐라에 있는 집에서 거주했던 기간은 그다지 길지 않다고 한다. 전쟁 전에만 해도 친구며 정부 주요 인사들을 불러 모임을 하는 용도로 사용했다고는 전해지지만 대통령 당선 후 말라카냥에 들어갈 수 있었으니 길모어 애비뉴의 집은 가끔 들리는 주말 별장처럼 이용한 정도였다. 그런 까닭에 길모어 애비뉴의 주택은 마누엘 케손 대통령과 관련된 유일한 현존 주택임에도 불구하고 국가 유적지로 선정되지 못했다.

마누엘 케손 헤리티지 하우스

Quezon Heritage House

마누엘 퀘손 대통령의 주택을 이전 복원하여 만든 박물관

■ 주소: Quezon Memorial Circle, Diliman, Quezon City, Metro Manila

■ 위치: 필리핀 마닐라 퀘존시티, 퀘존 메모리얼 서클 안 Tropical Hut 레스토랑 근처

■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4시 / 월요일 휴관

■ 입장료: 무료

마누엘 케손 헤리티지 하우스(Quezon Heritage House)는 필리핀 자치령 코먼웰스의 초대 대통령이었던 마누엘 케손 대통령과 그의 가족들이 살던 마닐라 길모어 애비뉴의 집을 케존 메모리얼 서클(Quezon Memorial Circle)로 이전 복원하여 만든 박물관이다. 마누엘 케손 대통령과 그의 아내 아로라 퀘손의 삶을 엿볼 수 있다.

길모어에 있던 마누엘 케손의 집을 지금의 케존 메모리얼 서클(Quezon Memorial Circle)로 옮기는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2010년 허버트 바우티스타가 퀘존시티의 시장으로 당선된 이후부터이다. 허버트 바우티스타는 10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하여 각종 영화와 TV 쇼에 출연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퀘존시티 시장으로 당선되며 정계에 진출했다. 그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시장 자리를 지켰는데, 시장 재임 당시 퀘존 시티 정부에서 길모어 애비뉴의 집을 기부받게 된다. 2013년. 허버트 바우티스타는 길모어의 집을 해체해 케존 메모리얼 서클로 이전한 뒤 복원하여 박물관으로 꾸몄다.

길모어 애비뉴에 있던 주택의 60% 정도가 주택 복원에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내부 인테리어는 최대한 길모어 애비뉴의 주택과 비슷하게 복원했다고 한다.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독특한 모양의 나선형 계단도 그대로 복원되었다. 퀘존시티에서는 주택 1층과 2층을 모두 박물관으로 꾸몄는데, 가구와 집기류 등은 마누엘 케손 대통령의 유족과 지인들에게 기부받은 진품이라고 한다.

집 안으로 들어가면 1층에는 아이들 방과 거실, 아우로라 케손의 침실이 2층에는 마누엘 케손 대통령과 그의 부인 아우로라 케손의 침실이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우로라 퀘손은 1층 메인룸 방을 사무실처럼 꾸며서 사용했는데, 이 사무실에서 필리핀 적십자사가 설립되었다고 한다. 2층 침실은 집이 건축될 당시로서는 보기 어려웠던 다소 독특한 구조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마누엘 퀘손이 결핵을 앓고 있어서 마누엘 퀘손과 아우로라 퀘손의 침실을 작은 거실을 통해 분리했다고 한다. 아우로라 퀘손은 퀘존 사망 후 침실을 1층으로 옮겨서 1층에도 그녀의 방이 꾸며져 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것은 아이들 방에 있는 마리아 아우로라 케손(Maria Aurora Baby Quezon)의 성적표이다. 필리핀 대통령으로 마누엘 케손은 엄청나게 많은 서류에 서명했겠지만, 아버지로서 마누엘 케손의 서명을 볼 수 있다. 딸이 시험에 통과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부하지 않기를 바라는 당부의 말도 적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