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말이 세부 여행을 다녀왔다면서 아자를 통해 파살루봉(여행기념품을 의미)을 보내왔다. 빳빳하고 멋진 애플의 쇼핑백을 주기에 설마 하고 받았는데 역시나 안에 든 것은 건망고와 당깃(danggit) 한 봉지. 순간 설렜다는 내 농담에 필리핀 스타일이란 답변과 함께 아자가 해준 말은 그래도 당깃이 슈퍼에서 파는 것과는 맛이 좀 다를 것이라나. 하지만 한국인이 당깃을 선물로 받으면 그 맛이 문제가 아니다. 필리핀 사람들이 조식으로 흔히 먹는 생선이라 먹어보기는 했지만 조리되지 않은 걸 받으면 이걸 대체 어떻게 요리해야 하나 고민에 빠지게 된다.

필리핀 세부 지역의 특산물 중 하나인 당깃(danggit)은 독가시치(spinefoot fish)의 일종이라는 생선인데,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래빗피쉬(rabbitfish)라고 부르기도 한다. 둥글고 납작한 생선으로 세부 사람들은 이 녀석을 소금에 절여 말린 뒤 기름에 튀겨먹는다. 미세하게 수분이 있을 정도까지만 말려서 가시까지 먹을 수 있도록 기름에 바짝 튀기는데 식초에 찍어 먹으면 꽤 괜찮은 반찬이 된다. 그래서 당깃은, 그 특유의 맛에 적응되고 난 뒤의 이야기지만, 가끔 먹고 싶어지기도 하는 생선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고등어와 갈치 따위를 즐겨 먹는 한국인이 먹기에는 호불호가 꽤 갈릴 수 있는 생선이 바로 당깃이다. 냉장고에 넣어 두고 한 봉지 가득 먹기는 무리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다행스럽게도 마침 점심 도시락을 가져다주고 싶은 필리핀 아저씨들이 생겼으니, 아저씨들의 도시락 반찬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이 당깃을 튀기는 과정에서 나는 냄새이다.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짭조름한 냄새가 얼마나 강한지 요리를 마치고 반나절 넘게 나갔다 돌아왔음에도 주방에는 당깃 냄새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커피를 30분이나 끓이고 레몬즙을 주방 여기저기 뿌려도 당깃 특유의 짠 냄새가 사라지지 않아 조말에게 내가 뭘 잘못한 것이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다만 필리핀 주택에 왜 더티 키친(Dirty kitchen)이라고 부르는 야외 주방이 있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을 뿐이다.

당깃 요리하기

당깃은 조리법이 정말 간단해서 조리법이라고 설명할 것도 없다. 그저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른 뒤 아주 약한 불로 잠깐 튀겨주면 된다. 단, 반건조오징어처럼 덜 말린 당깃은 그냥 바로 튀겨도 되지만, 슈퍼에서 파는 바짝 마른 당깃은 잠깐 물에 담가 물기를 주는 것이 좋다. 이럴 때 맛을 내는 비법은 최대한 약한 불로 노릇해질 때까지 튀기다가 마지막에 5초 정도 센불에 잠깐 튀겨 마무리하는 것. 뼈까지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바삭하지 않으면 먹기 어렵다.

당깃만 먹어도 되지만 보통 소스를 함께 곁들이는데 다진 마늘과 라부요(붉은 고추), 후추 등을 넣은 식초를 준비하면 된다. 일로코스 지방에서는 식초에 피쉬소스를 좀 섞기도 한다. 참, 당깃은 생선 크기는 작지만 워낙 짭짤한 터라 밥이 많이 필요한 반찬이다. 필리핀 사람에게 대접한다면 밥을 넉넉히 준비하는 것이 좋다.